<P><FONT face=궁서 size=3>사랑하지 않은것은 유죄로다....</FONT></P>
<P><FONT face=궁서 size=3>나는 한때 <BR>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. <BR>사랑을 할땐 더더욱이 그랬다. <BR>사랑을 하면서도 <BR>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<BR>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. <BR>가령, 죽도록 사랑한다거나, <BR>영원히 사랑한다거나 <BR>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. </FONT></P>
<P><FONT face=궁서 size=3>내게 사랑은 <BR>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, <BR>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, <BR>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. <BR>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말자. <BR>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<BR>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. <BR>가볍게 하자, 가볍게. <BR>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, <BR>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, <BR>변할 수도 있다고 <BR>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. <BR>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<BR>깔끔하게, 안녕. <BR>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. </FONT></P>
<P><FONT face=궁서 size=3>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. </FONT></P>
<P><FONT face=궁서 size=3>그런데,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. <BR>너,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? <BR>나는 행복하지 않았다. <BR>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, <BR>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. <BR>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, <BR>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 않았고, <BR>그래서,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. </FONT></P>
<P><FONT face=궁서 size=3>사랑은 <BR>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. <BR>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. <BR>내가 아는 한 여자, <BR>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. <BR>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, <BR>그 다음엔 웃음을, 미래를, 몸을, 정신을 주었다. <BR>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. <BR>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</FONT></P>
<P><FONT face=궁서 size=3>내어주고 어찌 버틸까, <BR>염려스러웠다. </FONT></P>
<P><FONT face=궁서 size=3>그런데...... <BR>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, <BR>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. <BR>나보다 충만하게. <BR>그리고 내게 하는 말, </FONT></P>
<P><FONT face=궁서 size=3>나를 버리니, 그가 오더라. <BR>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, <BR>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. <BR>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. <BR>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<BR>변명의 여지가 없다. <BR>속죄하는 기분으로 <BR>이번 겨울도 난 감옥같은 방에 갇혀, <BR>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.<BR></FONT></P>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