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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우리'보다 좋은 말
우리 나라, 우리 집, 우리 오빠…

‘우리’ 사회는 ‘우리’라는 말에 무척 익숙하다. 영어로는 my(나의)
mother, my family라고 하지만 이걸 한국어로 내 엄마, 내 식구라고 해석하
면 뭔가 어색하다. 영어에서 나를 소유격으로 하는 대부분의 단어들이 우리
말에서는 ‘우리’가 앞에 오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. ‘나’가 ‘우리’
가 되고 나의 것이 바로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다. 어릴 적에는 (한국이 아
니라)우리 나라가 서구보다 공동체 문화가 발달해 있는 것이라고 배웠다.

이런 생각을 전제로 한 것인지 나와 너를 하나로 묶어 주는 우리라는 단어
가 요즘 광고에서 무척이나 많이 사용되고 있다. 일전에 모 기업은 ‘또 하
나의 가족’이라는 컨셉으로 “우리보다 더 좋은 말은 없습니다”란 카피
를 유행시켰다. 모 은행은 아예 이름을 우리은행으로 바꾸더니 우리 나라
우리은행, 우리카드 등으로 현재 ‘우리’로 잘 나가는 기업이 됐다.
여기서 ‘우리’는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며 가족이야말로 가장 따
뜻하고 아늑한 공동체임을 보여준다. 물론 나도 내 가족을 좋아하며 가족
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기도 하다. 하지만 가족은 언제나 행복해야하며 그
것이 늘상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지는 의문이다. 한부
모 가족이나 장애인 공동체 비전향 장기수분들이 함께 모여 살던 만남의
집 공동체를 우리 사회가 ‘올바른’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지 모를 일이
다.

단순히 ‘우리’로 묶이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. 오히려 나는 사
람들이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.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, 부
당한 억압을 두고 저항하는 이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것, 함께 무언가
를 향유하고 즐기는 것. 무척이나 멋진 일이며 어디에서나 필요한 일이라
고 생각한다. 문제는 ‘우리’가 그 범주나 대상이 무척 애매한 말이라는
것이다.

보통 한국사회에서 쓰이는 ‘우리’라는 단어는 가족주의의 냄새가 짙게 배
어 있고 그 경계의 바깥에 서 있는 ‘너희’와 편을 가르는 ‘우리’인 경
우가 많다. 우리가 남이가, 우리 경상도가 뭉쳐야, 우리 식구가 최고. 이
런 말들 말이다. 경상도가 뭉치면 다른 지역은 배제될 수밖에 없고, 우리
가족이 최고면 그 기준에서 다른 이들은 남/너희/그들이 될 수밖에 없다.

나는 개인적으로 ‘따로 또 같이’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. 각각 하나의
인격체로 존중받으면서 동시에 서로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줄 수 있는 관계
망 말이다. 혈연, 학연, 지연과 같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당연하
지 않은 이유로 묶이지 않는 그런 함께, 그런 우리였으면 좋겠다.

말만 좋은 이상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꿈 좀 크게 꿔보는 게 뭐 그리 나
쁜 일일까 싶다. 혈연 중심의 가족을 넘어서는 공동체를 지칭하는 우리, 너
희와 우리로 편을 나누지 않는, 지금의 우리보다 더 좋은 말을 생각해본
다.

[출처] 우먼 타임즈
2002년 08월 21일 (17:05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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